붉은사막은 패치 공세로 많이 개선되었어도 게임의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다음 패치에서는 그 공허함을 좀 고쳐줄 수 없을까?

붉은사막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고 그 한 달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게임을100시간 넘게 플레이한 저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패치와 핫픽스를 12번이나 내놓은 펄어비스 개발진에게도 마찬가지였죠. 

붉은사막에 대한 첫인상 이후 새롭게 개선된 파이웰을 더 깊이 탐험하면서 저는 이 게임이 초기의 실망감을 치유해주길 바랬고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기도 했습니다.

출시 전 붉은사막은 제 삶을 지옥으로 만든 문제들로 가득했습니다. 

극도로 제한된 인벤토리 공간에 개인 창고가 없었으며 메뉴 단축키 없음 그리고 주요 도시나 울부짖는 언덕 캠프 같은 중심지에 어비스 넥서스 순간이동 포인트가 없는 점 등이 대표적이었죠. 

최근의 미니 업데이트로 이런 문제들은 해결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달리기 버튼을 눌러야 했던 짜증났던 불편함, 벌목 시 정밀한 조준을 요구했던 점, 잠긴 문에 다가가기만 해도 귀중한 열쇠가 자동으로 사용되던 문제도 이젠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수십 년 후, 저는 젊은 게이머들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패치 전의 붉은사막을 해보기 전까지는 진정한 고통이 뭔지 모르는 거란다.'

제가 좋아하는 개선점이 패치 1.01.00에 숨어 있었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긴 업데이트 목록 맨 아래에 있던 “범죄 행위는 NPC가 목격했을 때만 기여도 레벨이 감소한다”는 변경은 현실성과 논리를 잘 살린 디테일이라 악행 플레이에도 묘하게 몰입감을 더해줍니다. 

두 번째로 마음에 든 건 정제 토큰 퀘스트 보상 추가로 반복적인 노가다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이었고요. 

활쏘기 대회 난이도 조정(이제 굳이 그림자보다 빨리 쏠 필요는 없네요)과 마녀 퀘스트라인의 시작 시점이 초반으로 앞당겨진 것도 전체적인 플레이 흐름을 훨씬 자연스럽게 만들어줬습니다. 

성벽에 걸려 있던 팔다리가 뒤틀리고 얼굴이 일그러진 AI 생성 괴상한 그림들을 제거한 것도 반가운 변화였고요.

이후 펄어비스의 빛의 속도 같은 패치에 발맞춰 파이웰을 더 깊이 탐험하면서 붉은사막의 플레이 방식이 점점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생겼습니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헤르난드 지역의 거의 모든 세력 퀘스트를 완료해봤는데(그 과정에서 공략도 꽤 많이 쓰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벨루아 어촌 마을의 호위 퀘스트였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호위 대상 NPC가 20보쯤 뒤에서 멈춰 서서 한참을 따라오지 않는 모습이 보였고 그 덕분에 호위 퀘스트에 대한 제 증오가 다시금 그것도 꽤 강렬하게 되살아났습니다. 

결국 말을 태워서 데려가긴 했지만 그마저도 그 NPC가 마침내 올라타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버그가 많은 퀘스트는 붉은사막의 핵심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이런 부분은 패치로 충분히 고쳐질 수 있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제가 헤르난드의 파벌 퀘스트 중에서 호위 임무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나머지 퀘스트들이 지독하게 지루했다는 뜻이죠. 

제대로 된 이야기나 예상 밖의 전개, 재미있는 플레이 요소는 거의 없었고 “저기로 가서 저 사람과 대화하고 물건을 가져온 뒤 돌아오라”는 식의 심부름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가끔은 “이 캠프를 찾아 전에 수없이 상대해봤던 적들을 또 처치하라”는 식의 전투가 끼어드는 정도였고요. 

몇 줄짜리 패치 노트만으로는 짜릿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내거나 게임의 흐름을 바꿀 선택지를 넣거나 NPC와 유대감 있는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붉은사막의 퀘스트 시스템이 제게는 정말로 희망이 없다는 부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재밌어지는 구간까지 100시간만 더 해보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전부가 나쁜 건 아니었습니다. 

퍼즐 중 일부는 꽤 즐길 만했는데...특히, 조작이 더 부드럽고 반응성이 좋아진 이후에는 더 그랬습니다. 

일부 퍼즐은 다소 단순했고(타일을 집어 홈에 끼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 또 일부는 설계상 아쉬움이 있었습니다(기본적인 점프와 매달리기만으로도 쉽게 건너 뛸 수 있는 플랫폼 퍼즐 같은 경우죠)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머리를 쓰게 만드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다만 헤르난드 지역의 환경 퍼즐과 심연 퍼즐 대부분을 해결하고 데메니스와 페일룬에서도 몇 개 더 진행한 뒤에는 점점 반복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몇 개의 심연을 클리어하고 석상 퍼즐을 돌려보다 보면 이후의 퍼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굳이 계속할 필요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탐험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물론 펄어비스가 소환 가능한 탈것을 추가하면서 붉은사막에서 이동하는 재미 자체는 확실히 좋아졌습니다(제 흰곰을 좋아하지만, 얻는 과정에서 새끼들을 고아로 만들어야 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네요)

비행 시 스태미나 소모가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굳이 돌아다닐 동기’는 부족합니다. 

기본적인 퀘스트, 반복적인 퍼즐, 수집 요소를 제외하면 제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파이웰의 세계는 굉장히 넓고 시야 거리도 인상적이지만 실제로 보이는 건 흐릿한 절벽과 나무의 윤곽, 거친 바위 그리고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판타지 마을 정도입니다. 

멀리서 데메니스를 발견했을 때는 잠시 설렜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 보니 퀘스트도 이벤트도 특별한 NPC나 활동도 없었습니다. 

헤르난드에서 봤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상점들뿐이었죠.

업데이트 덕분에 이동 중에 울부짖는 언덕 캠프를 들르기는 하지만 하는 일은 결국 아이템을 버리는 정도입니다. 

100시간을 플레이했는데도 아직 그 캠프가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습니다. 

끝없이 나무와 돌을 가져다 놓는 용도일까요 아니면 간단한 심부름 퀘스트를 받는 정도일까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식하거나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보니 결국은 ‘기능이 많아 보이기 위한 요소’ 중 하나처럼 느껴집니다. 

파벌 콘텐츠에서도 더 깊은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지역을 해방해도 잡몹이 사라지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고 파벌을 돕는 일 역시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느낌일 뿐 스토리나 게임플레이를 바꾸는 사건은 아닙니다.

붉은사막에서 제가 비교적 진정한 개선을 체감한 유일한 부분은 보스전이었습니다. 

보스의 HP가 줄고 캐릭터의 스태미나가 늘어나며 음식의 회복량도 증가하면서 전투의 초점이 말도 안 되게 많은 구운 고기를 요리하는 게 아니라 ‘싸움 자체’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반 세이브로 돌아가 리드 데빌과 다시 싸워봤을 때도 다수의 적을 상대로 버튼을 난타하던 방식에서 하나의 강력한 적과 맞서는 전투로의 전환이 이전보다 훨씬 덜 극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오해마시길, 물론 저는 잘 만든 보스전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붉은사막의 보스는 회복 아이템만 충분히 가져가면 누구나 이길 수 있습니다. 

재미의 핵심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가 아니라 전투 능력을 시험하고 최적의 공략법을 익히는 데 있습니다. 

붉은사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대자연의 손길을 활용해 나무 줄기로 적의 얼굴에 내려쳐 주요 적을 한 번에 처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이런 식의 창의적인 플레이 요소가 파이웰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일부 보스전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시간과 업데이트가 붉은사막을 사랑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제 희망은 결국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아마 몇 년 뒤에 다시 시도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때쯤이면 스토리가 다시 쓰여지고 데미안과 웅카도 의미 있는 역할을 가지고 파이웰 역시 더 개성 있는 세계로 새롭게 단장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펄어비스가 업데이트를 통해 플레이어들의 불만을 들었다는 점은 분명히 느껴집니다. 

조작 개선, 버그 수정, 편의성 향상, 멋진 탈것 등의 추가들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제게 오히려 한 가지를 더 뼈아프게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지난 1년간 출시된 오픈 월드 판타지 게임 중 가장 밋밋한 잡탕을 플레이하느니 차라리 사소한 결함과 버그로 가득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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